행복은 어디에! 
 

나는 행복이 험준한 바위틈에 조금씩 숨어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잔 조각으로 잘라진 시간을 이어 쓰는 사람이
자아성취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행복도 이처럼 잔 행복을 이어야 커질 수 있다 

영원한 웃음은 없다
내가 원하는 만큼 길게 이어진 시간도 없다
영원히 이어진 고통이 없는 것처럼 중단 없이 이어진 행복도 없다
이처럼 인생은 굴곡이다  

인생의 계곡은 현실에서 오고
인생의 능선은 마음에서 온다
지금 나는 계곡에 있다
내가 스스로 계곡을 선택한 게 아니라
가까이 했던 사람들이 나를 계곡에 빠트린 것이다

나는 오늘까지 여러 주 동안 그 험한 계곡을 벗어나기 위해
진을 빼며 농도 짙은 지혜와 노력을 쏟았다
나머지는 하늘에 다 맡겼다
하늘에 맡겼기에 나는 홀가분하다
하늘에 맡긴 그 순간만은 행복한 것이다

거미 같은 사람들은 나를 줄로 얽는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아무리 정의라 해도  
악마의 거미줄에 얽혀 죽으면
정의의 소리를 낼 수 없다 

그래서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인생은
남에 의해 죽지 않는다
오늘 나는 또 하나의 고통을 하늘에 맡겼다
하늘이 일하는 동안
그 귀한 틈새행복을 한잔 술에 띄운다 

2013.10.23.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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