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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심을 잡자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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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8 16:52 조회8,1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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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심을 잡자 (시론)
[조선일보] 1996-10-04 (해설) 칼럼.논단 05면 1810자  
  
○대좌 말 한마디에…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북한의 공갈을 보는 시각이다. 「빈 깡통이 요란하다」. 남한의 대응을 보는 시각이다. 강릉 침투사건은 이광수에 놀아나더니 이번에는 박임수 대좌(대령급)에게 놀아나고 있다. 같은 말을 듣고 미국과 한국의 반응이 대조적이다. 전쟁이 나면 주한미군 사령관이 전쟁을 지휘한다. 도발을 억지하는 힘도 미국이 가지고 있다. 전쟁지휘권도 확실한 대응책도 없으면서 요란만 떨면 민심은 어떻게 되는가. 우왕좌왕하는 지휘관을 가진 병사들의 마음이 불안하고 절망적이듯이 자신없이 가볍게 움직이는 정부를 보고 있으면 국민의 마음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거꾸로 가는 경제는 또 어떻게 하란 말인가. 실력이 없어서인가. 정치적 복선이 깔린 것인가. 또는 국정감사의 질타를 회피하려는 얕은 생각에서인가.

몸으로 때우는 사람이 있고 시스템으로 일하는 사람이 있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면 자리를 지키지 않고도 전쟁을 지휘할 수 있다. 그러나 몸으로 때우는 사람은 자리만 지킬 뿐 일꼬를 트지 못한다. 정부와 군이 요란을 떠는 것은 바로 시스템과 분석력이 없기 때문이다.

감시망에도 시스템이 없었고 소탕작전에도 시스템이 없었다. 「북한 정규 해군침투조」를 무장공비로 규정해 놓고, 침투조의 목적을 「전쟁준비를 위한 정찰 및 작전계획 수립」이라고 했다.

이러한 분석력을 가지고 그 엄청난 규모의 군에 시스템 다운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겠는가. 평시의 군도 제대로 경영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전쟁을 맡겨야 하는가.

시스템이 있는 군이라면 몇명의 북한 정규군을 잡기위해 전투인력의 30%를 풀어 볼품없는 인해전술을 구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이번 박대좌의 공갈도 시스템에 맡기고 차분하게 국정감사를 받았을 것이다.

○냉철한 분석자세를

박대좌의 공갈이 정말 전쟁도발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면 정부는 수선만 떨지 말고 능력있는 사람을 전국적으로 찾아내 장관과 차관으로 앉혀야 한다. 지금의 수뇌부가 그대로 앉아 있는 한, 감시체계와 전투체계의 과학화도 기대할 수 없으며, 총기사고도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지금의 군수뇌들이 문제를 문제로 부각시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무조건 은닉하고 눌러만 놓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사들의 불만이 점점 더 누적되고 있다. 명분없는 죽음을 당하는 병사의 수가 증가할 것이다. 누가 불안해서 자식을 군에 보내겠는가. 박대좌의 보복발언은 북한당국이 누차 공언한 내용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테러대비 급선무

밀월관계에 들어선 미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지 않는 선상에서 보복을 하겠다는 메시지에 불과하다. 북한당국이 공식적으로 한 말에는 관심을 갖지 않다가 일개 대좌가 떳떳지 못한 방법으로 전달한 쪽지에 놀아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
북한은 앞으로 어떤 보복을 할 것인가. 전면전은 아니다. 남침의 성패는 기습달성 여부에 달려있다. 전쟁을 일으키려면 조용히 일으키지 공갈을 치면서 일으키지는 않는다. 국지적 군사도발 가능성도 없어보인다. 북한이 고립을 면하기 위해서는 잠수함 침투를 군사적 행동이 아니라고 발뺌해야 한다.

그런데 왜 군사적 도발을 추가해서 고립을 증폭시키려 하겠는가. 미국과 직접 대화하려고 군사적 긴장을 조장할 것이라는 것도 별로 설득력이 없다. 미국과 북한은 이미 대화상대자이며, 밀월관계에 있다.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럴수록 오히려 미국의 입장만 곤란해 진다.

보복을 한다면 「심증은 가지만 확증이 없는 비군사적 방법」을 택할 것이다. 재외 공관원, 상사원에 대한 테러행위, 비행기 테러, 공공건물 또는 지하철 폭파와 같은 비군사적 보복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행동들이라야 국제적 비난을 피하면서 남한정권에 치명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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