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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보통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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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20 13:47 조회7,5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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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보통학교


1926년, 9살 되던 해, 박정희는 구미공립보통학교(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상모리는 90호나 되는 큰 마을이었지만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단 세 아이 뿐이었다. 그 두 아이들마저 조금 다니다가 그만 두었다. 어느 날, 두 아이의 학부모들이 학교에 가서 철봉과 뜀틀을 훈련시키는 체육시간을 지켜본 후 더 이상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한다.  “어이구, 내 자식, 이러다가는 병신만들겠다!”    

외툴이가 된 박정희는 20리나 떨어져 있는 학교를 혼자 다녔다 한다. 시계도 없는 새벽에 일어나 20리 길을 걸어 8시에 시작하는 수업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때로는 뛰기도 했다. 시계가 없으니 우편배달부 만나는 시간이 참고되기도 했고, 경부선 열차를 만나는 것이 참고가 되긴 했지만 기차는 연착하는 날이 많아 그것도 믿지 못했다 한다.

여름에 비가 와면 책가방을 허리에 동여매고 삿갓을 쓰고 가지만 학교에 도착하면 모두가 다 젖어 있었다. 겨울이면 솜옷에 목도리와 귀마개를 하고 눈만 빠끔히 내놓고 다녔지만 빙판에 넘어지고 미끌어지기를 수없이 하고 나면 몸이 더워졌다고 한다.

한달 수업료(월사금)가 60전, 연필과 공책을 사달라고 조르면 어머니는 게란을 여러 겹의 양말에 싸서 주었다. 학교 앞의 일본인 문방구점에 가져가면 흔들어 곯았는지를 확인한 후 게란 한 개에 1전씩을 쳐서 문구류로 바꾸어 주었다 한다. 비가 와서 진흙탕에 미끄러지거나 겨울 빙판에 미끄러지면 애써 가져가던 게란이 모두 박살이 났고, 그 때마다 박정희는 하루 종일 속이 상했다 한다.

학교를 다니려면 사곡동 솔밭길을 지나야 한는데 그 곳은 나무가 우거지고 가끔씩 늑대가 나온다 하여 혼자서는 다니지를 못했다 한다. 어느 눈보라치는 아침 길, 이 곳을 지나다가 눈 위에서 늑대 두 마리가 서로 희롱하는 것을 보고, 놀라 세 아이가 등교를 포기한 일도 있었다 한다. 박정희는 이런 곳을 매일 다니면서 마음을 졸였다 한다.

어느 토요일 오후, 학교에서 돌아오니 자기 집 장닭이 벼슬에서 피를 절절 흘리며 목덜미의 털이 여기 저기 빠져 있는 것을 보았다. 옆집 장닭과 싸움하다가 힘에 밀려 쫓겨온 모양이었다. 이들 두 장닭은 하루에 한번씩 싸움을 했다 한다. 상대방 닭은 잘 먹어서 뭄집도 크고, 벼슬에서도 기람이 잘 잘 흐르고, 암탉을 6-7명씩 거느리고 다니는데, 자기 집 장닭은 체구도 작고, 털에서도 윤기가 없었다 한다. 화가 난 박정희!  “어떻게 하면 우리집 장닭이 저놈을 이길 수 있을까?”

박정희는 개구리, 올챙이, 미꾸라지, 메뚜기, 곤충 등 닥치는대로 열심히 잡아다가 장닭에게  주었다. 서너 달을 이렇게 하자 체구와 때깔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는데 또 푸드득 푸드득 닭싸움 소리가 들렸다. 얼른 가서 엿보았더니 자기 집 닭이 힘차게 뛰어오르더니 발길질을 한 다음, 상대방 벼슬을 물고 한쪽으로 쓰러지면서 끝내 놓지 않고 흔들어 버렸다. 그러기를 여러 차례 하니까 이웃집 장닭이 비실비실하면서 도망을 쳤고, 자기 집 장닭도 기진맥진 하여 멍청하게 서 있었다. 박정희는 얼른 자기 집 닭은 끌어안고 집으로 와서 모이도 주고 어루만져 주었다.            

4학년 때 한번 2등 한 것을 제외하고는 5년 내내 1등을 했으며, 산수, 역사, 지리, 체육 등을 좋아했고, 3학년 때에는 연극에서 노인 역할을 하여 고을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한다.  암기력이 좋고, 야무져 대추방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다. ·

보통학교 시절에 박정희는 일본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일본 역사에 나오는 위인들을 좋아하다가 5학년 때, 춘원이 지은 이순신, 6학년 대 나폴레옹 전기를 읽으면서 숭배하는 인물이 달라졌다 한다.  

박정희가 일본 역사상의 위인을 숭배했다는 것은 사무라이 정신에 대한 숭배였다 한다. 약자를 보호하고, 신의와 의리를 목숨보다 더 중요시 하고, 대의명분에 죽고 사는 무사들의 도덕률이 존경스러웠다 한다. 당시 대구에 있던 일본군 보병 80연대가 가끔 구미지방에 와서 야영훈련을 하는 것을 보고 어린 박정희에게 나도 군인이 되었으면 하는 꿈이 피어나기 시작했고, 이순신과 나폴레옹을 읽으면서부터 무인으로서의 야망이 자랐을 것이라는 게 그를 아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2005.7.18.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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