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김재규 연행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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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20 12:14 조회18,77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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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김재규 연행과정
10.26밤, 당시 중령으로 보안사 보안처 군사정보과장을 맡고 있던 오일랑 (갑종155기)은 1994년 7월 22일, 서울지검 918호 검사실에서 당시 김재규의 연행과정을 상세하게 진술했다.
. . 육본 내 보안부대로 들어가 업무준비를 하고 있던 중 보안사령관이 들어와 나를 부르더니 김재규 얼굴을 아느냐고 물었다. 안다고 대답하니 그러면 김재규가 너의 얼굴을 아느냐고 물어 보았다. 모를 거라고 대답을 하니 김재규가 현재 국방부 장관실에 있는데 헌병복장을 하고 가서 체포하여 정동 분실(보안사 안가)에 있는 허화평 비서실장에게 인계하되 정중하게 모시고 무장해제를 시켜라, 그리고 체포할 때는‘육본 B2벙커 총장실에서 정승화 총장이 부장님을 오시라고 합니다’이렇게 유인하여 체포하고 만일에 대비하여 참모장 차(레코드) 등 3대를 준비하고, 헌병감이 현지에 헌병을 배치할 터이니 헌병지원을 받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 조금 후 김진기 헌병감이 들어와 보안사령관과 상의를 했다. 이어서 보안사령관이 나를 다시 불러서 들어갔더니“헌병감과 협조하라”는 지시를 추가했다.
육본 보안대장실을 출발했다. 헌병감이 먼저 국방부로 가고 나는 동근무복에 헌병완장을 차고 차량 3대를 인솔했다. 국방부 정문 쪽에는 김재규 경호원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아 뒷문을 통해 들어갔다. 국방부 본청 및 후정에는 이미 긴급 동원된 헌병장병 10여명이 있었다. 나는 중정요원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국방부 청사 사방에 헌병2명씩을 배치했다. 그리고 김재규를 체포하여 나간 후 중정요원들이 뒤 따라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연행차량이 빠지자마자 모든 출입문을 일거에 봉쇄할 수 있도록 인원을 배치했다. 그리고 본부청사 2층으로 올라갔다. 회의실에는 전 국무위원들과 김재규 등이 있었고, 복도에는 장관 수행비서관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 체포에 지장을 받을 것으로 판단했다. 마침 그 곳에서 국방부 보안부대장 김병두 대령을 만났다. 나는 그에게 사령관의 지시로 김재규를 체포하러 왔음을 알리고 복도에 있는 수행원들을 다른 방으로 몰아넣어 달라고 부탁했다.
김대령이 그들을 주위에 있는 방안으로 들어가게 하니 복도가 조용해 졌다. 나는 헌병감인 김진기 장군과 함께 국방장관 비서실장인 조약래 준장의 안내를 받아 장관실에서 비밀통로를 통해 그를 차에 태우기까지의 코스에 대해 예행연습을 했다. 나는 조장군에게 보안사령관이 지시한 유인방법을 알려주면서 협조를 구했다. 먼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는 김재규를 자연스럽게 옆방으로 유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조장군은 2층 회의실 옆에 붙은 장관별실로 유인하겠다고 말했다. 나와 김진기 장군은 미리 장관별실에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약2분 뒤에 김재규가 장관 별실로 나오기에 나와 김장군이 경례를 했다. 김장군이 나섰다.“육본비서실장입니다. 정승화 총장이 B2벙커 총장실에서 부장님을 오시라고 합니다.”김재규를 비밀통로 쪽으로 유인하여 가는데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부근에 이르자 김재규가“박대령, 박대령”하며 박흥주 대령을 불렀다. 내가“곧 따라 옵니다”하자 그는 계속 내려갔다. 비밀통로에 이르자 그는“왜 이리 어두운 길로 가는가”하고 물었다. 내가“이 길은 국무위원들이 다니는 비상통로인데 최규하 총리도 이 길로 들어오셨습니다”하니 아무 말 없이 계속 걸어 나갔다. 지상으로 나오자마자 미리 나가기 좋게 주차된 레코드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 차의 조수석과 뒷좌석의 왼편에는 무장헌병이 미리 승차되어있었다. 나는 김재규를 뒷좌석 가운데로 강하게 밀어 집어넣고 그 오른쪽 옆에 탔다. 타자마자 “무장해제 하겠습니다”하니 김재규가 “무장?”하면서 자신의 바지 오른쪽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기에 내가 얼른 손을 집어 넣어보니 38구경 리벌버 권총 1정이 들어있었다. 이를 낚아채 밖에 있는 헌병에게 전해주고 나머지 신체 부위를 수색하여 비무장임을 확인한 후 즉시 출발하여 뒷문을 통하여 나가 삼각지 로타리 쪽으로 갔는데 그 때 시간을 보니 00:40이었다.
그때 나는‘김재규 체포’를 눈치 챈 중정요원들이 뒤따라와 우리를 공격하고 납치해갈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차가 삼각지를 지나 남영동 쪽으로 갈 때 김재규가 내게 누구냐고 묻기에‘육본헌병대장 오일랑 중령’이라고 대답했다. 조금 후 다시“누구라고 그랬지?”라고 다시 물으면서 어디로 가느냐고 묻기에“안전한 곳으로 모시겠으니 조용히 계십시오”라고 했더니 ‘어디냐’고 다시 물었다. 내가“그건 말할 수 없습니다”하자 김재규는 “세상이 달라졌어”라고 말했다. 내가“무슨 말입니까?”하고 물었더니 그는“대통령이 죽었단 말이야”하고 말했다. 미8군 수송대 앞에 이르자 통행금지용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었고, 경찰관들이 나와 있었다.“육본헌병대장인데 누구를 태우고 어디로 가는 중이다”했더니 통과시켜 주었다. 이어 남영동 소재 검문소에 이르러서도 같은 방법으로 통과하려는데 시동이 꺼져 버렸다. 뒤 따라온 2대의 예비용 차량 중 1대를 우측에 바짝 붙여 대기시킨 후 양 차량의 뒷문을 통하여 김재규를 옮겨 태우고 김재규를 밖에서 경찰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고개를 누른 상태에서 계속 진행하여 전 국회의사당 건물과 덕수궁 사이 길로 들어가 보안사 정동분실로 가려고 하였는데 내가 그 정확한 위치를 몰라 망설이다 보니 인근에 있는 중앙정보부 분실까지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예비군 복장을 한 머리긴 경비병이 뛰어 오는 것을 보자 김재규가 “우리 분실이구만” 하기에 아차 싶어 차를 돌려나오니 보안사 분실이 보이고 밖에 사람들이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즉시 2층으로 김재규를 데리고 올라가니 붉은색 카페트가 깔려있었고 허화평 대령이 기다리고 있어 그에게 인계하고 나는 즉시 육본 보안부대장실로 귀대하여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보안사령관에게 임무 수행완료를 복명했다. 김재규가 무슨 말을 했는지 물어보기에 그대로 대답하니 말한 내용을 적어서 가져다 달라고 하여 김재규가 말한 그대로를 적어 드렸고 아울러 인근에 정보부 분실이 있다는 것까지 보고를 드렸다. 그러자 사령관은 계엄이 곧 발령될지 모르는데 계엄이 발령되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특히 공항에 대한 통제를 철저히 하여 시해사건 연루자들이 국외로 탈출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하였다. 당시는 몰랐는데 사후에 보니 정도영 보안처장이 사령관의 별도 지시를 받아 나를 엄호하였고, 국방부 본부에서는 김병두 대령이 박흥주 등 중정요원들을 체포했다. 정동분실에 있던 김재규는 그날 밤에 미니버스로 서빙고 분실로 옮겨졌는데 그 이동과정에서 미니버스가 전복되어 애를 먹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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