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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0.26 그 살육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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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20 12:21 조회20,1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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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0.26 그 살육의 현장


10월 26일, 박대통령이 삽교호 방조제 준공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후 4시, 경호실장 차지철이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게 전화를 했다.“오늘 저녁 6시, 각하께서 궁정동 안가에서 만찬을 하실 것이니 준비를 해주시오. 참석인원은 김계원 비서실장, 중앙정보부장 그리고 나요.” 궁정동 안가는 담장이 드높은 청와대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담장 밖에 별도로 위치한 조그만‘안전가옥’이였으며, 주로 대통령과 중앙정보부장이 식사모임이나 작은 연회를 가질 때 사용되는 은밀한 사랑방이었다. 이 안가는 은밀하다는 것 말고는 초라할 정도로 지어진 가옥에 불과했다. 박대통령은 낡은 허리띠를 매고, 화장실 물을 아끼기 위해 벽돌을 집어넣을 정도로 검소한 지도자였다. 그런 그가 늘 사용하는 안가식당이 화려할 리 없었다. 아래 사진은 박대통령이 시해 당했던 바로 그 안가식당이다. 방의 크기로 보나 식탁, 문갑, TV로 보나 그 안가의 식당은 일반 서민의 안방정도로 초라해 보인다.                   <김계원이 수사기관에 그려준 약도>


차지철로부터 전화를 받은 김재규는 “바로 오늘”이라는 생각에 즉시 평소에 공을 들여온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후 4시 15분이었다.


정총장, 오늘 저녁 좀 만났으면 하오. 궁정동 안가 알지요. 18시 30분까지 궁정동 본관으로 좀 와 주시오.


오후 4시 30분, 김재규는 곧바로 궁정동 안가, 별채 연회장에 가서 김계원 비서실장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김계원은 오후 5시 40분경에야 나타났다. 두 사람은 안가 정원에 쪼그려 앉았다. 김계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차지철 그 사람 월권을 해서 야단이야, 야당 친구 몇 사람의 말만 듣고 각하에게 보고하여 각하를 강경하게 몰아가고 있단 말야.


기다렸다는 듯이 김재규가 내심을 털어놓았다.


형님, 오늘 저녁 이놈을 해치우겠습니다. 뒷일은 형님이 책임져 주시오.


김계원이 고개를 끄덕여 이에 동의를 표시했다. 김재규는 차지철로부터 늘 인격이하의 대우를 받아왔으며 대통령이 있는 앞에서 면박을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차지철에 대한 분노는 뼈에 사무쳐 있었다. 차지철의 오만과 월권에 대한 소문은 당시 사회 전반에 널리 알려져 있었고, 차지철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던 김계원 역시 그를 눈엣가시로 생각해 왔다. 김계원은 육군참모총장을 지냈던 사람이었고, 차지철은 5.16군사혁명 당시의 계급인 대위로 군생활을 마감한 사람이었지만, 당시의 차지철은 대통령 말고는 안하무인 식으로 행동했다. 김계원이 김재규에게 던진 이 말은, 김재규의 가슴속에 불타고 있는 차지철에 대한 증오심에 불을 질렀을지 모른다.“오늘 해치우겠습니다. 뒷일을 책임져 주시오.” 이 엄청난 말에 김계원이 선뜻 동의한 것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차지철만이 아니라 박대통령까지도 해치우겠다는 의도에 동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김재규가 언젠가는 그런 일을 벌일 것이라는 데 대해 익히 알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이 된다. 그렇지 않았다면 김계원은 “여보, 당신 그게 무슨 소리요?” 하고 놀랐을 것이다. “차지철만 죽이고 대통령을 살려두면 당신과 나는 어떻게 되는 거요” “뒷일이라는 게 뭐요?” 이렇게 연속해서 물었을 것이다. 오후 6시 05분, 대통령과 차지철이 현관에 도착했다. 그리고 곧바로 만찬 방으로 안내됐다.


대통령: 오늘 가보니 삽교천 공기는 좋고 공해도 없는데 신민당은 왜 그 모양이요. 오늘 삽교천 준공식 광경을 왜 KBS TV에 보도하지 않지? 정보부장, 신민당 상황은 어떻소?

김재규: 공화당 발표 때문에 다 틀렸습니다. 사표 내겠다고 한 친구들이 다 강경으로 돌아섰습니다. 아무래도 당분간 정 대행체제의 출범은 어렵겠습니다. 그리고 주류가 강해져서 다소 시끄럽겠습니다.

차지철:  그까짓 새끼들 까불면 신민당이고 학생이고 전차로 싹 깔아뭉개 버리겠습니다.

   

여기에서 정 대행체제라는 것은 9월 7일, 서울민사지방법원이,‘김영삼이 불법으로 총재가 되었다’며 신민당 조일환씨 등 3명의 신민당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이 낸 “총재단집무집행정지가처분신청”을 이유 있다고 받아들인 결과 김영삼으로부터 총재직을 박탈하고 그 대신 정운갑을 총재로 하는 대행체제를 출범시키라고 판결한 것을 의미했다. 차지철은 “깔아뭉개 버리겠다”는 말을 던져 놓고 옆 대기실로 가서 기다리고 있던 두 여인을 데리고 들어왔다. 한 여인은 24세의 여가수 심수봉(명지대 경영학과)이었고, 다른 한 여인은 22세의 광고모델 신재순(한양대학교 재학중)이었다. 박대통령 오른 쪽에는 신재순이, 왼쪽에는 심수봉이 앉았고, 심수봉은 그녀의 기타를 옆 문갑에 기대어 세워놓았다. 술잔이 돌고 잡담이 오가는 등 주석 분위기가 익어가고 있었다. 만찬을 시작한 지 벌써 한 시간이 지났다. 7시 뉴스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 김재규는 정승화가 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만찬장을 빠져나와 작은 정원을 사이에 두고 50m 가량 떨어진 본관(김재규 집무실) 1층 식당 문을 열었다. 정승화는 오후 6시 35분에 안가 별채에 도착하여 중앙정보부 2차장보 김정섭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정총장, 미안하오. 내가 저쪽 행사를 마치고 올 터이니 두 분이 식사를 하고 계시오. 


그리고 같은 건물 2층 직무실로 올라가 책장 뒤에 숨겨 두었던 소형 권총을 하의 주머니에 넣고 나왔다. 이 때 해병대령 출신 박선호와  현역 육군대령 박흥주(육사18기)가 뒤를 따랐다. 김재규는 식당 문 어두운 곳에서, 두 사람에게 손짓을 하여 그에게 바짝 다가오라 손짓을 하고는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


김재규: 박실장(박선호), 본관에 육군 총장과 2차장보가 와있다. 오늘 해치운다. 너희들은 경호원들을 처치해라.


이어서 주머니의 권총을 보여주며 결의를 확인시켜 주었다. 


김재규:  자네들 각오가 돼 있겠지?

박선호: 각오가 돼 있습니다.

박흥주:

박선호: 각하도 하실 겁니까?

김재규:

박선호: 오늘은 좋지 않습니다. 경호관이 7명이나 됩니다. 다음 기회로 미루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김재규: 안 돼. 오늘 해치우지 않으면 보안이 누설돼, 나는 지금 모든 준비를 하고 있다. 똑똑한 놈 세 놈만 골라 다 해치워.

박선호: 30분만 여유를 주십시오.

김재규: 알았네. 


김재규는 주머니에 권총을 넣은 채 만찬장으로 돌아왔다. 7시가 가까워지자 대통령이 시계를 자주 보았다. 이에 차지철이 “각하 시간이 되면 TV를 켜 드리겠습니다” 하고 안심을 시켰다. 그리고 잠시 후 자동스위치로 TV를 켜서 KBS를 시청했다. 삽교천 제방 준공식 장면이 나왔고, 김영삼과 미 대사가 만난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 뉴스에 대통령은 심기가 상한 듯 “총재 아닌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8군 뉴스를 보면서 카터 이야기도 했다. 헬기를 타고 오면서 보니까 한강에 다리가 많더라는 말도 했다. 이 때 김재규가 들어와 TV를 끄자고 제의해서 차지철이 TV를 껐다. 대통령은 김재규에게 부산사태 사진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고, 김재규는 “예” 하고 대답했다. 대통령은 “김부장이 술을 좋아하니 많이 권하라” 했지만 김재규의 얼굴은 시종 굳어져 있었다.(심수봉, 신재순의 진술) 대통령이 노래나 한 곡 들어볼까 하자 심수봉이 기타를 연주하면서 ‘그 때 그 사람’을 불렀다. 앙코르가 요청됐고, 이에 심수봉은 ‘두만강’을 부른 후 차지철을 지명했다. 차지철은 ‘도라지’를 부른 후 신재순을 지명했다. 7시 35분이었다. 연회장에서 심부름을 하던 남효주가 들어와 “부장님, 전화입니다” 하고 암호를 전했다. 김재규가 박선호가 있는 부속실로 들어가니 박선호가 대기하고 있었다.


김재규: 준비되었는가?

박선호: 완료됐습니다.


7시 38분, 김재규가 연회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신재순이 심수봉의 기타반주로 ‘사랑해’를 부르고 있었고, 대통령은 간간히 흥얼거리며 신재순의 가락에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바로 이 때 김재규가 권총을 하의 주머니에 넣고 들어온 것이다. 앉자마자 김계원을 향해 “각하를 똑바로 모시시오”하고 툭 친 후, 차지철을 쏘아보았다.“각하, 이 따위 버러지 같은 새끼를 데리고 정치를 하니 올바로 되겠습니까” 하면서 차지철의 팔뚝을 향해 권총을 쏘았다. 이에 놀란 대통령은 “무엇들 하는 짓이야” 하고 나무랐지만, 김재규는 그런 대통령의 가슴을 향해 권총을 쏘아 버렸다. 7시 40분이었다. 식당에 들어간 지 1시간 35분 만에 대통령이 총을 맞은 것이다. 


“각하를 똑바로 모시시오” 하고 김계원을 툭 친 이유에 대해 1979년 11월 17일 제1차 심문조서에서 김재규는 기선을 잡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고 진술했지만 이는 김계원에게 던지는 신호였던 것으로 보인다.“아까 말했던 대로 시행할 것이니 밖으로 나가 밖의 일을 도우라.”김재규가 몸을 툭 치는 것을 신호로 김계원은 곧바로 문 밖 입구로 나와 사태가 진전되는 것을 감시하고 있었다. 박대통령은 곧바로 쓰러져 얼굴을 식탁에 묻었고, 차지철은 대통령을 팽개친 채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차지철이 총을 팔뚝에 맞은 것은 김재규의 옆쪽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고, 박정희가 가슴에 맞은 것은 마주보고 앉았기 때문이었다.


김재규는 아직 살아있는 두 사람에게 다시 총을 쏘려 했으나 장전이 되지 않았다. 반사적으로 뛰어나가자 마루에는 박선호가 권총을 들고 지켜 서 있었다. 김재규는 그 총을 빼앗아 다시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바로 이때 차지철이 문 쪽으로 문갑을 밀고 나왔다. 김재규는 이런 차지철의 복부를 향해 한발을 더 쏘았고, 이어서 식탁에 머리를 기댄 채 심수봉과 신재순의 부축을 받고 있던 대통령의 등 뒤로 가서 대통령의 머리에 총을 대고 한발 더 쏘아 확인사살을 했다. 이 장면을 심수봉은 이렇게 진술했다.


가슴에 총을 맞은 각하를 보니 호흡이 이상하여 ‘각하 괜찮으십니까’하고 묻자 ‘응, 괜찮아’하셨지만 등에서는 피가 많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상체를 부축하고 있었고, 신재순양은 손으로 피를 막고 있었다. 내가 무릎 가까이 각하를 부축하고 있을 때 김재규 부장이 각하 뒤로 와서 총을 더 쏘고 나갔다. 공포에 질린 두 사람은 무서워서 마루로 나와 관리인 사무실로 들어가 숨어있었다. 그 동안 밖에서는 총소리가 5-6발정도 더 났다.

<차지철이 쓰러져있다>                               <만찬 장소>


“나는 괜찮다”를 끝으로 대통령은 63년의 복잡한 세상을 마감했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설치던 차지철은 대통령을 경호할 생각을 버리고 화장실로 도망갔고, 그런 차지철을 대통령은 편애했다. 그리고 박대통령의 덕을 과분하게 입었던 김재규는 자기를 믿고 아무런 경계 없이 피곤한 몸을 쉬러 온 9년 연상의 대통령을 등 뒤에서 쏜 패륜아가 되었다. 만찬장 밖에 대기하고 있던 박선호는 김재규의 총성을 신호로 만찬장 옆 대기실에 있던 경호처장 정인형과 부처장 안재송에게 권총 1발씩을 쏘았다. 현관 옆에 있던 박흥주, 이기주, 유성옥은 각기 권총으로 주방에 있던 대통령 운전기사 김용태, 경호원 김용섭, 박상범 그리고 식당 종업원 이정오, 식당운전기사 김용남을 향해 도합 15발을 쏘았다. 중정요원 김태원은 M-16을 가지고 이미 쓰러져 있는 정인형에게 2발, 안재송에게 1발, 김용섭에게 1발, 차지철에게 2발을 발사하여 확인사살을 했다. 궁정동 좁은 담 안에서 40여발(명중된 것만 27발)에 이르는 총성이 울렸고, 대통령과 그의 경호원 9명이 순식간에 몰살당했다. 그리고 후에 박상범만이 천운으로 다시 깨어나 살아남았다.


<주방에서 경호관 김용섭씨와 운전기사 김용태씨가 쓰러져 있다>


만찬장 밖으로 나온 김재규는 마루에 서있는 김계원과 아주 짤막한 대화를 나눴다. 


김재규: 나는 한다면 합니다. 이젠 다 끝났습니다. 보안을 유지하십시오.

김계원: 뭐라고 하지?

김재규:  각하께서 과로로 졸도했다고 하던지 적당히 하십시오.

김계원: 하여튼 알았오.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고 한 것은 김계원에게 확고한 결의를 보여주고 믿음을 주기 위해 했던 의미 있는 말인 것으로 생각된다. 김계원으로부터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김재규는 현장수습을 김계원에 맡기고 맨발로 정승화에게 달려갔다. 불과 50m의 거리를 달려가는 데는 불과 몇 초 정도만 걸렸을 것이다. 그의 와이셔츠 자락은 밖으로 나와 있었고, 와이셔츠의 허리와 목 부분 여기저기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그리고 허리에 찔러진 총에서는 화약 냄새가 진동했을 것이다.“물, 물” 김재규는 본관 1층의 식당으로 뛰어들자마자 비서에게 이렇게 외쳤다. 비서가 컵과 물주전자를 가져오자 주전자를 낚아채 벌컥 벌컥 마시고는 “차량 차량, 손님 나오라고 해” 이렇게 외쳤다. 이 순간을 정승화는 1979년 12월 15일에 이렇게 묘사했다.


19시 45분경 김정섭과 본인은 총소리를 듣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밖에서 떠드는 소리가 나더니 김재규의 비서가 급히 식당 안으로 들어와 그 옆에 있는 주방에서 물을 가지고 나가서 김정섭도 따라 나가므로 본인도 궁금하여 따라 나가니 식당 문 앞에 있는 복도에 김재규가 숨을 헐떡이며 물을 마시고 당황한 표정으로 본인을 보고 본인의 팔을 붙들고 ‘총장 큰일 났습니다.’ 라고 3회 가량 되풀이 하므로 본인은 무슨 일입니까? 라고 수차 물었으나 김재규는 거기에는 답변치 않고 빨리 차에 타고 차안에서 이야기 합시다  라고 하여 본인은 만찬회 장소에서 무슨 긴박한 사태가 발생되었다고 생각하고 우선 김재규가 하자는 대로 따르기로 하고 19시 50분경 현관 앞에 대기한 김재규 차에 타자 우측에 있는 김정섭에게 김재규가 차에 타라고 하여 김정섭이가 좌측으로 탐으로서 우측에는 김재규 중간에 본인이, 앞 운전석 옆에는 김재규의 비서인 박흥주 대령이 타고 차가 출발하였다. 


김재규가 궁정동을 떠난 후 대통령 비서실장 김계원은 김재규가 시킨 대로 뒤처리를 했다. 7시 55분, 김계원은 대통령 시체를 보안사 영내에 있는 국군서울지구병원에 옮기고, 당직군의관에게 대통령 용태를 물어‘사망’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대통령의 시신은 중정 요원들이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대통령 사망을 확인한 김계원은 곧바로 청와대에 돌아와 비상소집을 했다. 최규하 국무총리, 장관들, 경호실이 그 대상이었다.


“청와대 비서실입니다. 각하께서 유고이십니다. 속히 청와대로 와 주십시오”  



시바스리갈! 당시 언론들은 박대통령이 시바스리갈을 마셨다고 대서특필했다. 시바스리갈은  미국인들의 소주, 가장 싼 술에 속한다. 1국의 대통령이 이 정도의 술을 마신다 해서 흉이 될 건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박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담당 군의관이었던 정규형 대위는 시신이 대통령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합수부에 증언했다.“당시 박대통령이 차고 있던 시계는 평범한 제품이었고, 넥타이핀은 멕기가 벗겨져 있었으며, 혁대도 헤어져 있어 대통령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김정렴 비서실장의 증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근무할 때 양주를 마신 적이 한 번도 없고 막걸리를 즐겨했다고 한다. 당시 현장을 검증한 장경삼 검찰관(판사를 지내고 현재 변호사)는 서거 당시 대통령이 마신 술이 시바스리갈이 아니었고 국산양주였는데 이를 주전자에 담아 마셨다고 한다. 아마도 현장접근이 금지됐던 기자들이 현장 사진에 나타난 술병의 모양만 보고 추측성 기사를 쓴 것으로 판단된다. 당시는 국산품 애용시대였고, 양주와 양담배는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배척됐던 시기였으며, 외화에 대한 통제가 각별했던 시대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박대통령 같은 지도자가 양주를 마셨다는 것은 납득가지 않는 대목이다. 대통령 전속이발사는 대통령이 입은 러닝셔츠에 군데군데 작은 구멍이 나 있었고 물을 아끼려고 화장실 물통에 벽돌을 넣었다고 밝혔다. 그가 가장 아끼던 사람들은 공돌이와 공순이였다. 그는 이들에게 야간학교를 다니도록 해달라며 고용주들에게 절을 하는 자세로 편지를 썼다. 서거한 다음, 그가 단돈 몇 푼이라도 감추어 놓았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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