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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진영의 공관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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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20 12:02 조회17,1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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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김진영의 공관출동


세상에는 장세동(30경비단장, 경복궁 위치)이 김진영(33경비단장, 필동 수경사 외곽에 위치)에게 무장병력을 주면서 총장공관에 가서 해병에게 포위돼 있는 33헌병대를 구출해 오라고 시켰다는 이야기가 있다. MBC 제5공화국에서는 김진영이 30경비단을 향해 질주하는 탱크 앞을 막아서서 감언이설로 설득하여 탱크를 회군시켰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94년 7월 1일 서울지검 918호 검사실은 장세동, 김진영 그리고 당시 수경사 전차대대장이었던 차기준 중령(육사21기)을 불러 신문했다. 신문 결과는 세상에 떠도는 말이나 ‘제5공화국’ 내용과는 딴판이었다. 김진영 대령은 부대와 부대 사이에 오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더 이상의 총격전을 예방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공관으로 가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30경비단으로 돌아왔고, 돌아와 보니 그에게는 이미 사실명령이 내려져 있었다. 이 때 현저동에 있던 전차들이 광화문 네거리를 통해 필동으로 가면서 내는 우렁찬 소리를 듣고 일시 긴장해 있었다. 검사는 차기준 중령을 통해 제5공화국의 소설내용을 확인하려 했지만 허사였다. 당시 차기준 중령은 수경사 전차대대장으로서 전차를 여러 집단으로 나누어 각 부대에 분할 배속시켰다. 당시 전차들은 장태완의 수중에도 있었고, 장세동 수중에도 있었다. 만일 이들이 서로 전투를 벌이면 양 진영에 배속된 전차들이 서로를 향해 공격을 해야 했다. 차기준 중령 입장에서는 부하들끼리 피를 흘리게 되는 것이었다. 96년 11월 4일 서울고법 제9회 공판에서 검사는 김진영을 증인으로 불러 추궁을 했다. 검사는 주로 제5공화국전사 등의 야사를 인용했다. 여기에서 김진영은 이렇게 진술했다.     

           

30경비단은 대통령 방호부대다. 설사 수경사 사령관이 공격해 오더라도 이를 방어할 의무가 있다. 청와대 울타리 내부 경비는 55대대(당시 임재길 중령, 육사22기)가 담당했다. 55대대의 모체부대는 30경비단이다. 외곽 경비는 나머지 30경비단이 담당한다. 외곽과 내곽이 뚫리면 마지막으로 경호실 경호관들이 대통령을 보호한다. 30경비단장이 부대를 이끌고 그의 예하 부대인 55대대가 경비하는 곳을 향해 진군해 와도 그 예하인 55대대 대대장은  상관을 상대로 방어를 해야 한다. 여기에 하극상이란 있을 수 없다. 12월 12일 오후 4시경, 장세동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저녁에 30단에 장군 몇 분이 오시게 되어 있다. 장군들에 대한 시중을 병사들에게 맡기기도 좀 뭣하다. 차나 마신다고 하니 인사도 드릴 겸 해서 나와 함께 안내하는 일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 전화를 받고 나는 6시 15분경에 30경비단 단장실로 갔다. 어느 장군이 오는지, 왜 오는지에 대해서는 일체 들은 바 없었다. 30경비단장실에는 유학성 황영시 노태우가 앉아 그날 끝난 장군 진급심사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장군 세계에서 장군들의 진급소식은 최대의 관심사였다. 그 후 다른 장군들이 속속 도착했다. 6시30분경, 장세동이 전화를 받더니 장군들에게, ‘합수부장이 대통령 보고사항이 있어서 좀 늦는다’는 전갈을 전했다. 보안사 비서실장 허화평으로부터 받은 전화내용을 그대로 전한 것이다. 늦겠다는 전갈을 받은 장군들은 장세동에게 “뭐 먹을 것 좀 없나, 있으면 좀 가져오지” 하여 초밥과 맥주를 급히 구해드렸다. 7시40분경, 장세동이 허화평으로부터 또 다른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장세동이 전화 받은 내용을 장군들에게 알렸다. “정승화가 10.26과 관련하여 연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총격이 있었다. 대통령 재가는 이에 관한 것이다.


이 전갈을 들은 장군들은 웅성웅성하며 놀라고 긴장했다. 곧이어 당번병 방으로 걸려온 전화를 장세동이 직접 받았다. 전화를 받은 장세동이 나를 손짓으로 부르더니 총장공관으로 갔던 33헌병대가 해병대 헌병에 포위되어 자칫 아군끼리의 충돌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며 걱정을 했다. 일단 총을 쏘면 다음부터는 전쟁심리가 발동되어 걷잡을 수 없는데 어찌해야 좋겠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서종철이 참모총장을 할 때 전속부관을 했기에 총장공관과 그 주변의 지리를 잘 알고 있었다.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총장공관 경비는 본부사령이 관장하며, 당시 본부사령은 육사12기 황관영 장군으로, 나와는 월남에서 같은 연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친숙해있던 사이였다. 나는 서종철 총장의 부관을 오래 했기 때문에 많은 장군들과 잘 알고 지냈다. 장세동은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고, 또한 당시 30경비단에서 이런 사태를 수습할 사람은 오직 나 한 사람 밖에 없어 나에게 그런 제안을 한 것이다. 그때 장세동은 장군들을 모셔야 하기 때문에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장세동: 절박한 사태다. 누군가가 막아야 한다. 당신이 좀 나가는 게 어떠냐?

김진영: 그래야지요

장세동: 손발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당신이 부대에 돌아갈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우리 5분대기조를 데려가는 게 어떠냐?

김진영: 그러지요. 저는 그냥 저 혼자 가려 했는데요.            


이렇게 하는 데는 불과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급하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깊이 따질 여유가 없었다. 이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합법적인 수사관들이 수사를 하러 갔는데 거기에서 충돌이 생겼다면 이는 오해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내가 가서 연행이 합법적인 것이고, 대통령에게도 보고된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면 아주 쉽게 해결될 것이다.” 총격이 벌어지는 살벌한 지역에 대령 계급을 달고 혼자 간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았다. 8시30분경,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다. 최세창과 장기오가 “비상이 결렸으니 부대로 가봐야겠다”며 일어섰고, 나머지 장군들도 부대에 전화를 걸어 부대장악을 잘 하고 있으라 당부들을 하면서 전두환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때 장군들이 부대출동을 결심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두가 놀라 부대에 전화를 걸어 부하들을 챙겼을 뿐이다. 나는  5분대기조를 인솔하여 총장공관으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거기에는 본부사령실 5분대기조 40여명, 수경사 헌병, 해병대 헌병 등이 어지럽게 혼재해 우왕좌왕했다. 공관 입구에는 해병대가 엎드려쏴 자세로 총구를 높이 올린 채, “접근하면 쏜다”는 식으로 위협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검찰 측은 이를 놓고 김진영이 장세동의 명령에 따라 5분대기조를 이끌고 총장공관으로 간 것이 전투를 하기 위해 출동한 것이라고 몰아갔다. 그러나 장세동은 육사16기, 김진영은 17기, 1년 선후배관계이지만 군에서는 똑같이 30단장이요 33단장이었다. 더구나 김진영은 참모총장까지 했던 사려 깊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남이 지휘하는 5분대기조를 가지고 살상을 수반할 전투에 임한다는 것은 상상 밖의 일이다. 더구나 김진영과 장세동은 총장 공관에 얽혀 있는 부대들의 상황을 알지 못했다. 전투를 하려면 적의 상황부터 파악해야 한다. 전투의 목표는 이기는 것이다. 작전지역의 상황도 모르고, 상대병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남의 부대를 가지고 살상을 수반하는 전투를 하러가는 대령은 없다. 그는 33헌병대를 구출하러 간 것이 아니라 단지 오해로 인한 우군끼리의 총격을, 오해를 풀어줌으로써 중단시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간 것이다. 이는 그가 인솔했던 5분대기조(80명) 인솔 장교에게 내린 명령에도 잘 나타나 있다. “절대로 실탄을 지급하지 말 것, 공관에 진입하지 말 것, 승차 상태에서 단국대 정문 앞에 대기할 것” 


이 명령은 끝까지 시행되었다. 몸집이 우람한 김진영은 혼자서 공관 입구로 걸어갔다. 이때 오상사라는 낯모르는 군인을 만나 “여기 있는 병력은 모두 우군이다. 북에서 침투한 사람들이 아니다. 해병대 경비병들이 위협사격을 하고 있으니 가서 중지시켜보라”고 했다. 그 오상사는 정문으로 걸어가 해병을 지휘하는 중사에게 김진영의 말을 그대로 전했고, 이로써 위협사격은 중지되었다. 30경비단으로 돌아와 보니 김진영은 장태완에 의해 해임당해 있었고, 사살명령까지 내려져 있었다. 그가 지휘하던 33경비단 1,200명은 장태완이 직접 장악하고 있었다. 헌병단도 1,200명이었다. 장세동이 지휘하는 30경비단 1,000명을 제외한 모든 병력이 장태완의 수중으로 들어간 것이다. 장태완이 장악한 전차 2개 중대에는 전차 24대, 장갑차 50여대가 있었다. 포병단에는 토우미사일 23문, 발칸포 100여문, 무반동총 등 대단한 화력이 있었다. 장태완은 후에 그가 장악했던 병력이 100명 정도였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게 보인다. 이 때 김진영은 현저동에 있던 수경사 전차대대가 광화문 거리를 통과하여 필동 수경사로 이동하고 있는 소리를 듣고 긴장했다고 한다. 김진영은 또 변호인 질문에 따라 이렇게 술회했다.


12.12 이후 장태완은 예편해 있었다. 나는 그와 여러 차례 만났다. 장태완은 12.12 때 그가 병력을 동원한 것을 후회했다. 합수부가 박대통령 시해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 것은 정의로운 애국의 길이었다고도 말했다. 장태완을 한국전산회사에 사장으로 근무시켜 걱정 없이 살도록 배려해준 것에 대해 장세동에게 고맙다고 전해 달라고 부탁하여 전해 준 일이 있다. 그리고 장태완이 심근경색증을 앓고 있었는데 노태우 대통령이 경비를 대주어서 미국에 가서 수술을 받게 해준 데 대해 고맙다고 했고, 또 이 고맙다는 이야기는 장태완이 여러 사람들에게 한 것으로 안다.


이 김진영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장태완은 세상이 바뀌면서 마음을 바꾼 것이 된다. 장태완은 한 때 은인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던 노태우와 장세동 등에게 등을 돌린 것이 된다. 여기에서 채동욱 검사는 5공화국, 5공전사 등의 내용을 근거로 김진영이 장세동의 명령을 받고 해병에 포위돼 있는 33헌병대를 구출하려고 무장 병력을 이끌고 출동하지 않았느냐, 왜 장태완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다녔느냐 등 군대상식에 어긋나고, 고급장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질문들로 문제 삼으려 했지만 김진영의 대답은 일목요연하게 일관돼 있었다. 여기에서 김진영은 “검사가 자꾸 진돗개를 거론하는데 진돗개는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이상 징후가 있으면 연대장도 발령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검사는 김진영에게 이렇게 물었다. “증인은 참모총장까지 한 사람이다. 당신이 총장으로 있을 때 만일 33경비단장이 당신이 12.12에 취했던 조치를 취했다면 용서가 되겠는가?” 이에 대해 김진영은 충분히 이해되는 사정이라고 대답했다.


김진영을 꺾지 못한 검사는 나중에 이렇게 쏘아 붙였다. “12.12사건 당시 30경비단 반란 지휘부의 일원으로서 33헌병대를 구출하기 위해 무장병력을 이끌고 총장공관으로 출동하는 등의 중요한 역할을 한 혐의로 이 사건의 피고인이 될 번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피고인들에게 유리하게 증언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변호인이 부적당한 신문이라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재판장은 이의를 기각했다. 그리고 김진영은 사실대로 답변했을 뿐이라고 받아 쳤다. 검사의 이런 질문은 검사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검사는 “장태완에 의해 사살령이 내려졌다 해도 부대로 복귀하는 게 도리가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김진영은 이렇게 답했다.


그래서 나도 부대에 가려고 장군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섰다. 그런데 방안에 있던 최고 고참인 노태우 장군이 상황이 많이 악화돼 있으니 일단 전화를 해보고 가라 했다. 그래서 부대에 전화를 했더니 작전과장이 전화를 받았다. 단장이 해임되고 부단장이 대리하고 있습니다. 단장님에 대한 사살명령이 내려져 있어 오시면 사살됩니다. 이어서 북악산 CP(지휘소)로 전화를 다시 했다. 3개 중대가 배치돼 있는 지휘소였다. 전화당번이 전화를 받더니 군수과장이 3개 중대를 인솔하여 부대가 떠나고 없다며, 더 이상 단장의 지시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렇듯 이성이 마비된 상태에서 나는 부대에 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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